동티모르 독립영웅 구스마오 "사진 찍으며 살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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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티모르 독립영웅인 사나나 구스마오가 사진작가로 새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해 그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민 대다수가 구스마오를 건국 대통령감으로 꼽고 있지만 정작 그는 지난 3월 의회격인 민족평의회 의장직을 사임한 후 대통령 불출마 선언을 하고 민족화해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구스마오는 "사람들은 나보고 언제쯤 대통령 출마선언을 할 것이냐" 고 묻지만 "나는 정치인보다는 사진작가가 될 것" "신생국가 독립투사들이 권력을 잡은 후 혼란에 빠진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며 정치에서 은퇴할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런 그의 결심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최근 동티모르를 대신한 유엔과도행정기구(UNTAET)와 호주가 석유.가스 개발협정을 체결할 때엔 그곳을 찾은 정치인들과 인사를 나누기보다 행사장 곳곳을 돌며 사진을 촬영하느라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본인의 불출마 의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출마를 예측하는 주장들도 만만치 않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0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구스마오가 종전 입장을 번복해 대통령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고 보도했다. 오는 30일 총선이 평화적으로 치러진다는 조건 아래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스마오는 이 보도 직후 다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과연 대통령직보다 사진작가의 길을 걷겠다는 구스마오의 꿈이 이뤄질지 두고볼 일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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