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프로기사 입문 나이제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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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조훈현9단은 아홉살에 프로가 되어 세계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갖고 있다. 이창호9단은 11세에서 조치훈9단은 13세에 프로가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천재소년들은 구경하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 한국기원이 '프로의 나이 제한' 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학교를 졸업해 만15세는 돼야 프로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같은 구상은 한국기원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바둑의 스포츠화' 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프로입단의 시기를 늦춰 아마추어, 즉 중.고등학교의 바둑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바둑대회는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지난 15일 열린 대한생명배 어린이국수전엔 서울 예선에서만 무려 1천8백여명이 참가했다.

또 이런 어린이 대회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중학교 때부터 슬슬 대회가 없어지고 고등학교에 가면 바둑대회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진학문제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대학에 갈 기회가 많지만 바둑은 프로기사가 돼야 겨우 특례입학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프로의 관문은 매우 좁아 연간 9명만 프로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나은 것이다.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선 ^소년.소녀들의 프로입단을 강제로 늦춰 중.고등학교 대회를 육성하고^바둑을 스포츠단체에 가입시켜 진학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나아가 프로입단의 관문을 대폭 넓혀 바둑시장을 키우는 방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의 프로골프에는 연령제한이 있다. 또 프로테스트에 나가는 즉시 아마추어의 자격을 상실한다. 프로라도 매년 상금랭킹 1백25위 내에 들지 못하면 투어 참가자격을 새로 얻어야 한다.

한국기원의 홍태선 사무총장은 미국의 프로골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보고 있고 이런 치열한 경쟁제도의 도입만이 바둑을 살리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의 도입은 기득권을 지닌 40, 50대 프로기사들의 치열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프로의 나이제한 같은 부드러운 개혁부터 시도한 다음 '토너먼트 프로와 보급프로의 확실한 구분' 등 본격적인 변화는 서서히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나이제한' 만 해도 문제가 많다. 우선 한국기원은 만18세까지 프로입단을 못하면 연구생에서 퇴출시킬 정도로 그간 빠른 입단을 중시해왔다. 또 프로보다 더 강한 연구생들이 즐비한 데 대해 곤혹감을 토로해왔다. 나이 제한을 하면 프로의 관문에선 병목현상이 더 심해질텐데 그 많은 어린 프로지망생들과 부모들의 불만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프로입단의 문을 활짝 열어 미국의 프로골프처럼 실력에 맡기는 것인데, 이것은 바둑의 인기를 높이는 등 장점이 많지만 당장 기존 프로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홍태선 사무총장은 묘수보다는 정공법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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