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폴라 익스프레스'서 1인 5역 톰 행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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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전전하고, 쉼없이 기차를 타고 나서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필라델피아'(1993년)와 '포레스트 검프'(94년)로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할리우드 톱스타 톰 행크스. 12일 일본 도쿄 그랜드하야트 호텔에서 열린 '폴라 익스프레스'설명회에서 그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공항 터미널에서 수개월간 갇혀 지냈던 전작 '터미널'과 북극행 급행열차에 올라탄 신작 '폴라…'를 연결시킨 재치가 돋보였다.

'폴라…'는 그가 1인 5역을 한 새로운 형식의 애니메이션. 배우의 실제 연기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뒤 그 영상을 밑그림 삼아 컴퓨터그래픽 화면을 만드는 '퍼포먼스 캡처'라는 기술이 도입됐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처럼 배우의 동작을 카메라에 담은 뒤 그 위에 그래픽을 얹는 기법이 활용된 적이 있으나 배우의 얼굴 표정을 옮기는 데까지 응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 영화 전체에 그 기법을 적용한 것도 최초다.

유명 동화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명 그림책이 원작인 '폴라…'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의심하는 소년이 북극행 특급열차에 올라 산타클로스와 만나고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작품. 행크스는 주인공 소년, 소년의 아버지, 열차 검표원, 산타클로스, 무임 승차객 등 다섯 가지 역을 소화했다.

그는 "단지 목소리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얼굴과 온몸에 150여개의 센서(표정.동작의 움직임을 컴퓨터에 점으로 표시해 주는 장치)를 달고 의상.세트.소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마치 연극 리허설 때처럼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여덟살짜리 소년을 연기할 때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아이의 부푼 마음을, 산타클로스가 됐을 때는 머릿속에 늘 그려왔던 위엄있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두 차례의 결혼에 4남매를 두었다. 이번 애니메이션도 그가 원작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 주다 영감을 얻었으며, '포레스트 검트''캐스트 어웨이'에서 손발을 맞췄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게 영화화를 제안했다. 제작 기간 2년 반에 제작비 1억6500만달러(약 1700억원).

이날 행크스와 나란히 행사장에 나타난 감독은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일반 애니메이션의 단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원작의 신비한 배경을 살리기 위해 '퍼포먼스 캡처'기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폴라…'는 다음달 24일 국내 개봉한다.

도쿄=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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