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념탑행사' 참석자 처벌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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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때 북한의 통일이념을 선전하기 위해 세워진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가한 남측 인사 처리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방북인사에 대한 사법처리 검토는 처음인 데다 '각서 방북' 에 딱 떨어지는 처벌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행동에 대한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 처벌이나 행정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얘기다.

정부가 기념탑 행사 참가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이다. 이 가운데 어느 법을 적용할지는 행사 참가자들의 행동이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해 정당한지 여부에 달려 있다.

특별법인 교류협력법 3조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이 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사법당국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7조1항)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행동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볼 때는 교류협력법 9조 3항(남북왕래 승인)과 시행령 19조(접촉 승인신청)저촉 여부가 쟁점이다. 두 조항을 합치면 '통일부장관이 인정한 왕래 목적 내에서 당연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의 접촉을 제외한 회합.통신의 접촉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로 된다.

행사 참가자들은 당초 기념탑에 가지 않기로 약속한 만큼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념탑 행사 참가를 승인받지 않은 것으로 유권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을 적용하면 참가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을 받거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들 법을 적용하는 데는 정치적 부담과 문제점이 있다. 보안법을 적용하면 남북교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이를 완화하려는 여권의 움직임과도 맞지 않다.

김창규(金昌奎)변호사는 "교류협력법 적용의 경우는 '유권해석' 이어서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고 말한다.

두 법의 적용을 피하면 행정제재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다시 방북을 신청할 경우 불허하는 정도다. 그러나 '괘씸죄' 정도론 국민의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그래서 행사 참가자 처벌법 적용과 주동자와 단순 참가자 선별문제와 관련해선 정치적 저울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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