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3분간 46명 일일이 호명하다 눈물 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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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 도중 희생된 장병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문규 기자]

오전 7시45분부터 8분여간 생중계된 19일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은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로 범벅이 됐다.

“실종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태극기에 덮여 나오는 모습에 국민 모두가 울었다.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는 연설 초반부터 이 대통령의 목소리는 떨리고 갈라졌다. 그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하면서 살아있을 때 불러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우리 장병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본다”며 희생 장병 46명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이창기 원사…최한권 상사…남기훈 상사….”

3분여간의 호명이 끝날 무렵 이 대통령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관등성명을 대며 우렁차게 복창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너만은 살아남으라’고 격려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여러분이 모두 모여 함께 부를 ‘천안함가’가 귀에 쟁쟁하다”는 대목에 이르러 눈물은 이미 주체할 수 없었다. “여러분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히 쉬기를 바란다. 명령한다”에 이어 “대통령으로서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히겠다”는 대목에서 그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전날 밤 11시30분까지 이어진 원고 준비에 참여했던 참모는 “이 대통령은 정말 울고 싶어하는 심정이었다. 너무나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장병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아이디어도 직접 냈다고 한다. 평소 눈물이 잦은 이 대통령이지만 공식 연설에서 눈물은 취임 후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서독을 공식 방문했을 때 고생하는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을 안쓰러워하며 “후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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