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 정부가 내놓은 공식 조사 결과는 국가 정보 체계의 실패였다. 정보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제대로 취합, 분석되지 못한 게 문제였단 것이다. 반면 전혀 다른 주장도 만만찮다. 이른바 사후확증 편향(hindsight bias)이란 거다. 일이 벌어지고 난 뒤 돌이켜보니 진주만 공습이 명백했던 듯하지만 사전에 이를 알아채긴 결코 쉽지 않았단 얘기다. 당시 미 당국엔 필리핀·파나마·동인도제도·미 서부해안 등을 공격 예상지로 거명한 첩보도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었다.
9·11 테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듬해 말 발표된 미 의회의 진상 조사 보고서는 정보 당국이 테러를 암시하는 신호들을 놓쳐버린 사례를 낱낱이 지적했다. 알카에다 요원 두 명이 미국에 입국한 사실을 중앙정보국(CIA)이 미리 알고도 손쓰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연방수사국(FBI) 역시 오사마 빈 라덴이 부하들을 미국 민간 항공학교에 보내고 있단 보고가 올라왔는데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미국은 사후에 보면 불 보듯 뻔했던 공습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천안함 사태를 놓고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전에 이런저런 정보를 잘 간파했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거라며 문책론도 나온다. 그러나 옛말에 열 사람이 한 도적을 못 막는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적의 공격을 예측하는 게 나중에 뒷말하는 것만큼 쉽진 않단 소리다. 우리보다 정보력도, 군사력도 앞서는 미국이 실패를 거듭한 이유다. 그러니 정신을 더욱 바짝 차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군은 물론 온 국민이 안보 의식을 철통같이 다잡아야 한다. 그게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을 소중한 교훈이다.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