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윤호, "남들처럼 살기 싫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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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머리는 왜 깎았냐고요?"

지금 신윤호(LG)의 머리는 세칭 '박박' 이다. 면도만 안했을 뿐 '털'이 거의 없다. 그래서 왜 깎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과 똑같았다.

"그냥요. 남들처럼 살기 싫어서. "

'갈기머리' 로 불렸던 이상훈이 잘 나갈 때 그에게 "머리는 왜 기르느냐" 고 묻자 그는 말했다.

"누가 자르라고 그러면 한번 째려보고 싶어서. 나도 시키는 대로 안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그냥 기른다. "

신윤호는 프로야구 다승 1위(12승)다. 입단 8년 동안 2승이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12승을 기록 중이다. 굳이 과거(?)를 들추지 않더라도 그는 '문제아' 이자 '유망주' 였다.

"김성근 감독님 덕분이죠. "

요즘 잘하는 이유가 김성근 LG 감독대행 탓이란다. 이런 말은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거꾸로 물었다.

"여태까지는 왜 못했느냐?"

"나는 잘하고 싶었는데 절 이해 못하더라고요. "

한마디로 감독.코치.구단 관계자.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건방진 것 같으면서 솔직한 신윤호는 '남자'다. 그 '남자' 에게 가을이 오고 있다. 추수의 계절에 그에게 다승왕이나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수확' 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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