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민중당 이후 갈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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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기표 형을 (제도 정치권으로)끌어 들이려고 노력하는데 그 분은 자기 길을 고집한다. "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여섯살 차이인 장기표씨와 한나라당의 김문수(50)의원. 이들은 1970년대 청계피복 노동운동 때부터 92년 민중당 시절까지 버젓한 진보정당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몸부림을 쳤다.

지금와서 내리는 판단은 "어려운 일(장기표)" "현재로선 불가능(김문수)" 이다.

그럼에도 장기표씨는 '국가복지당' 이라는 중도좌파 노선의 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그는 "민주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서구의 사회민주주의당과 비슷한 정당" 이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진보와 재야를 포기하지 않겠다" 고 했다.

민중당 해산 후 제도권(민자당)으로 몸을 옮긴 金의원이 진보정당이 성공할 수 없다고 본 이유는 두 가지다. 지역주의 투표성향과 소선거구제. 이런 상황 속에선 유권자들이 진보정당에 호감을 가져도 실제 표는 찍지 않는다는 게 金의원의 주장이다.

민중당을 함께 했던 이재오(한나라당)의원도 "남북한이 통일되지 않는 한 좌파정당은 성공할 수 없다" 고 단언했다. 실제로 88년 '한겨레 민주당' '민중의 당' →92년 민중당→96년 '개혁신당' →2000년 '민주노동당' '청년진보당' 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은 늘 좌절됐다.

최근의 변수는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1인1표에 의한 비례대표 배분이 위헌' 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비례대표제가 존속되고 후보와 별도로 정당에 투표하는 1인2표제가 도입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고쳐질 경우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 숙원은 풀릴 것이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진보정당의 뿌리 내리기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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