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MD·ABM 협상 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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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13일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한다.

이번 양국 국방회담은 "21세기 새로운 전략적 안보의 틀을 짜기 위해 미.러간 국방부와 외무부 차원의 실무 협의를 시작하자" 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지난달 제노바 정상회담 때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11일 이번 회담과 관련, "범세계 안보와 전략적 안정확보 문제, 그리고 미사일 방어 문제를 논의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미 국방부는 "럼즈펠드 장관이 13일 회담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 이라면서 "(이번 회동은)대화의 한 부분이지, 특정한 목표를 가진 만남은 아니다" 고 설명했다.

◇ 무엇이 쟁점인가〓양국 국방장관 회동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사안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제와 전략 핵무기 감축 분야다. 미국은 MD 구축을 위해 1972년 합의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ABM협정 개정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그 대신 '범유럽 비전략 미사일방어체제(EuroPRO)' 인 이동식 미사일구축 문제를 들고 나와 맞불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는 미.러 양국이 MD계획과 공격용 무기 감축, ABM 제한협정 대체 등 쟁점 현안 조율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군사분야를 포함해 경제.정치 등 현안을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구상이 러시아에 어떻게 먹혀들지도 관심거리다.

◇ 순탄치 않을 협상〓미 뉴욕타임스는 11일 "럼즈펠드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13~14일로 예정됐던 두나라 국방장관 회담은 갑작스러운 일정 단축으로 13일 하루만 열리게 됐다.

양국이 단 하루 회동에서 ▶미사일 방어체제 ▶ABM협정 대체 문제 ▶전략적 안정화 문제 ▶러시아-나토 관계 ▶핵 비확산 문제 ▶발칸과 중동 문제 ▶평화유지군 문제 등을 모두 논의하기란 현실적으로 무리다. 결국 미국이 구체적이거나 다른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는 한 이번 미.러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향후 협상 일정〓미국과 러시아는 고위 실무회담.국방장관회담.외무장관회담을 통해 단계적으로 미.러 전략안보협상을 전개해 냉전시대를 청산할 새로운 전략구도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국간 전략안보협상이 기본틀을 잡게 되면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담과 11월 텍사스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서울〓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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