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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만으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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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현 사회부 기자

"중국 기업들은 한국 유학파를 앞다퉈 뽑고 있습니다. 한국 유학은 저의 미래입니다."

전남 D대학 국제통상학과에 재학 중인 한 중국 유학생은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국 유학 열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 유학생 5000명 시대. 한국을 찾는 전체 유학생의 절반을 넘는 중국 학생들이 '묻지마 유학'을 오는 이유다.

이 같은 '특수'에 맞춰 몇몇 지방대학은 학교의 사활을 걸고 중국 유학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 학생이 없으면 문을 닫을 판"이라며 중국 유학생 유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유학생의 수업과 기숙사 여건 등을 묻자 "해줄 말이 없다" "왜 꼬치꼬치 캐묻느냐"며 입을 닫았다. 이들 대학에서 만난 유학생들은 "기숙사가 없어 불편하다" "한국어 연수 과정이 없어 말 배우기가 힘들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대학이 기본적 시설이나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유학생을 무작정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유학생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등의 이탈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부실한 환경이 한몫하고 있다.

일부 유학전문가는 한국 유학 붐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 유학 열기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실있는 교육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내실있는 한국어 교육과정, 분야별로 특성화된 전공, 기숙사 등을 갖추도록 지방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내년 초 대전시가 대전 지역 8개 대학과 공동으로 500명 수용 규모의 외국인 전용 기숙사를 짓기로 한 것은 좋은 사례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유학생들이 '묻지마 유학'으로 한국에 왔다가 상처를 받고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품은 언젠가 사라지게 마련이다.

정강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