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유배 거머쥐고 이창호 121승 우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이창호9단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LG정유배와 KBS바둑왕전의 우승컵을 손에 넣으며 생애 통산 12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현재 우승 횟수에서 세계 최고 기록은 조훈현9단의 157회로 이창호보다 36회가 많다. 이창호는 과연 언제쯤 이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9단은 1989년 첫 우승을 따낸 이래 연평균 8개의 우승컵을 따냈기 때문에 이 기록을 유지할 경우 5년이 걸린다. 그러나 전보다 우승 횟수가 줄어드는 추세라서 7~10년쯤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창호9단은 이번 두번의 결승전에서 신진강자들을 완벽하게 요리하면서 다시 한번 이길 바둑은 반드시 이기는 '저승사자'의 면모를 확인했다.

이창호9단대 박영훈9단의 LG정유배 결승 최종국은 6일 조남철9단의 고향인 부안에서 열렸다. 결과는 이창호의 3대0 완승. 올해 후지쓰배 우승자인 박영훈이 이창호라는 거물과 생애 처음 결승 대국을 벌이는 바람에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이창호의 벽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쳐야 했다.

이창호9단대 조한승7단의 KBS바둑왕전은 사흘 뒤인 9일 KBS스튜디오에서 열려 역시 이창호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조한승은 이창호에게 결승전에서만 벌써 세번째 졌다. 통산 상대전적도 2승15패라는 참담한 차이로 벌어졌다. 조한승은 이창호를 이기는 중국 기사들에겐 많이 이겼다. 오직 이창호에게 안 된다. 정상을 노리는 조한승에게 이창호라는 존재는 풀리지 않는 화두와 같다.

"이벤트대회 합하면 123승"

말없고 불평 한마디 없는 이창호9단을 대신한 네티즌들의 항의가 뜨겁다. 부안의 LG정유배 결승전 때 국보급 기사 이창호를 불편한 의자에 10시간이나 앉혀 대국하게 했다고 거세게 항의하여 한국기원의 공식 사과문까지 받아낸 네티즌들이 이번엔 이창호9단의 기록에서 두번의 우승이 누락됐다고 항의하고 있다. 96'세계최강결정전(한.중.일 최강자 3명 초청)과 올해 중국에서 열린 타이다배(3국 정상 초청)에서 이창호가 우승한 기록을 합산하면 우승 횟수가 123회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기원은 이벤트 성이 강한 이 두 대회를 공식기록에서 빼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벤트기전이라 해서 기록에서 뺀다면 이들 우승은 영영 기록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벤트기전과 공식기전의 한계를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기원은 이번 기회에 각종 '기록'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