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음치치료사' 이병원씨 평생교육원 교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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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졸 학력의 '음치 치료사' 이병원(李秉元.39)씨가 올 가을학기부터 세종대 사회교육원 음치클리닉 가요 지도자 과정 주임교수로 강단에 선다. 15년간의 노래강사 경험에서 나온 '양동이 학습법' 등 독특한 이론을 인정받은 것이다.

"양동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노래하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되고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들을 수 있죠. 또 소리의 공명(共鳴)원리를 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

李씨는 기타리스트인 형(49)의 영향으로 음악에 푹 빠져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다가 1977년 남대문중을 졸업하면서 학교와 인연을 끊었다. 기타 연주자로 활동하다 스물두살이던 84년 가수로 데뷔해 음반을 석 장 냈지만 가요순위 프로그램 최고기록이 60위에 그친 무명가수였다.

한국 록의 대부격인 신중현씨의 노래교실 '신중현 싱어롱' 강사로 시작해 93년까지 평범한 노래강사였던 李씨의 삶은 한 교습생으로 인해 바뀌었다.

"진짜 음치가 한 명 있었지요. 그 사람이 제 수업을 듣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음치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94년 '음치 클리닉' 을 열고 닥치는 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팝송을 부르려고 공부해온 영어 실력을 발휘해 음성학.음향학 원서도 섭렵했다. 무엇보다도 수백명을 가르쳐온 '임상경험' 이 음치치료법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양동이 학습법 외에도 복근을 압박해 맑고 투명한 고음을 내기 위한 '소나무 잡고 노래부르기' , 소리의 전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엎드려 노래하기' , 복식호흡을 터득하기 위한 '물구나무 서서 노래하기' 등 그의 기상천외한 교수법은 끝이 없다.

영국의 ITN TV, 일본의 후지 TV, 프랑스의 르몽드 등 언론을 통해 해외에 알려진 그를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많다. 배우고 싶은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와 악보 등을 보낸 뒤 찾아오는 '해외 음치' 들을 그는 문제없이 고쳐낸다.

"그 나라 말을 몰라도 어차피 소리는 똑같은 것이니까요. "

이번에 세종대에서 그가 맡은 일은 음치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음치 치료사를 길러내는 일이다. 노래강사들이 자신의 클리닉에 음치 치료법을 배우러 오자 이들을 가르칠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세종대를 직접 찾아가 없던 강좌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 약 1천5백명의 노래강사가 있는데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없어요. "

그가 직접 짠 1년 교육과정에는 이비인후과 의사와 심리학 박사의 강좌도 있다. 발성의 기본 구조와 노래를 못부르는 사람의 답답한 심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李씨는 "앞으로 음치 치료사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아' 를 찾아줬으면 한다" 며 해맑게 웃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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