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웬만해선…' 김민정, 공주병 대학생 역할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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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시청률이 하향 평준화된 요즘 시트콤 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 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드는 이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캐릭터 위주의 시트콤. 등장인물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인공을 차지하는 빈도로 보자면 이홍렬의 딸로 출연하고 있는 탤런트 김민정(19.사진)의 주가가 한창 뛰고 있다. 매주 5회 중 2~3회가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철없고 발랄한 대학생 이미지가 사람들 보기에 좋았나봐요. 그런데 걱정도 많아요. 학교 친구들(한양대 연극영화과)이 모니터 많이 해주는데요 '닭살 돋을 때도 많다' 고들 해요. "

닭살이라면 느끼하다는 뜻일텐데 오히려 극중 인물의 성격을 잘 소화했다는 칭찬의 말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하다.

세상의 모든 남자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망상에 빠진 대학 2학년 여학생,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아양 떠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방영된 내용 중 이홍렬에게 한 "아아! 아아! 아빠, 원피스 사주세요" 라는 대사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허점투성이에 질투도 대단한 이 어린 학생을 통해 콤플렉스와 잘난 척하려는 심리는 닮은꼴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시청자들은 즐거워 한다.

여덟살 때 MBC '베스트극장' 으로 데뷔한 김민정은 그 동안 빙과류 등 각종 광고 모델을 했고 KBS '왕과 비' (1998년)에서 비운의 단종비 역을 맡기도 했다. 연기 경력으로만 치면 12년차인 중견급이다.

"사실 제 맘은 얼마나 조급한지 모르겠어요. 워낙에 아역 이미지가 강해 다들 절 아이로만 보는 거 있죠. 저처럼 아역을 거친 여자 연기자에게 '섹시함' 이란 연기 세계를 넓히기 위한 필수조건인 거죠. "

그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자주 눈에 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오락 프로그램의 반짝 출연은 거절하고 있다.

극중 이미지와 달리 "연기를 오래 해서인지 나는 너무 철이 들었다" 고 그는 덧붙였다. 매니저인 박성태씨도 "오히려 우리보다 방송계에 대해 더 많이 안다" 며 "민정이가 하자는대로 했더니 결국 다 맞더라" 고 귀띔했다. 아역 연기자의 이미지가 강한 김민정이 성인 연기자로 안착할 지 관심을 끈다.

글=우상균,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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