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TV가이드] '취화선' SBS 14일 밤 12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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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노작이다. 임권택 감독은 한국의 판소리를 영화로 변주한 '춘향뎐'에 이어 '취화선'에선 기운 생동하는 한국화의 개성을 마음껏 풀어냈다. 현재 활동하는 대표적 한국화가들이 영화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 직접 연기도 했다.

'취화선'은 조선 후기 천재적 화가였던 오원 장승업(1843~1897)의 불타는 예술혼과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시대 유가의 엄한 규율을 비웃듯 무시하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었던 장승업의 활달한 필력을 따라가는 즐거움이 크다. 한 획 한 획 정성 들여 그림을 완성하는 화가처럼 감독 임권택은 영화 한 컷 한 컷에 그의 완숙한 장인 정신을 쏟아부었다.

'취화선'은 한국 전통문화의 집합체로 불릴 만하다. 미술.음악.다도.건축 등 우리의 고유 문화를 두루 녹여낸 것은 물론 산수 수려한 한국의 사계절도 곳곳에 심어넣었다. 장승업을 연기한 최민식도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다. 편협한 시대와 불화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예술가의 숙명, 그 앞에선 영화도, 회화도, 음악도 구분이 무의미하다. (감독:임권택, 주연:최민식.유호정, 개봉:2002년, 장르:드라마, 등급: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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