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중국으로…일 방위전략 '남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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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 자위대의 방위전략이 옛소련을 주적개념으로 한 '북방방위' 에서 중국을 겨냥한 '남방방위' 로 바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6일 자위대 주력군을 북방에서 규슈(九州).오키나와(沖繩)등 남방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장기 방위전략을 2003년까지 세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 '중국 군비 확대 우려' =일본 정부.자민당이 당초 2005년까지 마련할 예정이던 중장기 '방위계획대강' 을 2년 앞당겨 만들기로 한 데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 및 대만해협의 불안정 등 급격한 정세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극동 러시아군의 지상병력은 냉전 말기의 4분의1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보다 17% 늘리는 등 군비확대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방위계획이 냉전 마감 후인 1995년 20년 만에 개정된 것이긴 하나 이를 2005년까지 유지하기에는 정세변화가 너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남방구상' 엔 물론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방위계획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방위계획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전략' 이나 일본 내 우익세력의 '중국 주적론' 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중국을 자극하고 동북아 국제정세에 새로운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남방병력 강화' =신방위계획의 골자는 주방위지역을 북방에서 남방으로 바꾸고, 자위대의 기동력.통솔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자민당의 검토안에는 ▶규슈.오키나와 부대의 증강▶유사시 간토(關東)지역 부대를 신속히 남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항공기.선박 등의 수송능력 대폭 강화▶장비를 전차에서 장갑차 등 기동성이 높은 것으로 교체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과 공동연구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계획이 구체화될 것에 대비, 육.해.공군 자위대에 중복돼 있는 지휘명령체계를 통합하고 조직.장비 체계를 정비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방위청은 올해 안에 검토반을 구성해 구체적인 계획안 수립에 착수할 예정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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