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남미·APEC 순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 등 남미 3개국 방문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12일 출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세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우선 노 대통령과 자주 비견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하나다.

군부 집권과 민주화 운동 등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과거사 정리'가 현안으로 부상한 칠레.아르헨티나의 해법도 노 대통령이 참고할 대목이다.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북핵 6자회담 재개의 발전적 전환점이 될지도 주목된다.

◆ '우향우' 룰라와의 대화=초등학교만 졸업한 룰라 대통령은 금속노조 위원장을 연임하며 노동자당(PT)을 창당,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 차례나 대선에서 떨어졌고, 노조.서민층을 지지기반으로 한 비주류 출신이라 노 대통령과 자주 비교됐다.

그러나 집권 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무릅쓰며 공무원 연금개혁을 관철시키는 등 해외자본이 안심할 만한 우향우 정책을 써 주목받았다.

또 "성장을 해야 분배도 할 수 있다" "노동귀족 시대는 끝났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고 친 자본 정책을 써 진보세력으로부터 "역대 어느 정권보다 우경화된 정권"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16일(한국시간)로 예정된 정상회담, 만찬을 전후로 두 정상은 3시간25분 동안 대화를 하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사문제, 노동운동 이력 등 공통 관심사가 많을 것 같아 시간을 길게 잡았다"고 밝혔다.

◆ '과거사 정리'실험장 찾아=칠레는 17년의 군정 기간 중 30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처리 여부 등 과거사 청산 문제로 홍역을 앓는 나라다.

1976~82년 비델라 전 대통령의 군사정권 기간 중 수많은 사망.실종자를 낳았던 아르헨티나 또한 인권탄압과 부패에 대한 단죄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 청와대의 한 외교 관계자는 "공식석상의 화제로 거론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각국의 과거사 정리 해법과 경제 상황의 관계 등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2기 부시'와의 첫 만남=이번 APEC 정상회담(20~21일)은 2기 부시 대통령의 첫 외교무대다.

20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기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 방향을 확인할 기회"라면서 "미 대선 때 나온 각종 강경 시나리오를 잠재우고 '대화와 평화적 방법을 통한 북핵 해결'과 '6자회담의 조기 재개' 기조를 미측과 합의해 내는 데 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