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시기 놓고 논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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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재계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관이다. 반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조정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과 ‘더블딥(불황기에 경기가 반짝 회복한 뒤 다시 침체하는 것)’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경기회복 흐름을 꺾을 우려가 있다며 금리인상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반면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조기 금리인상을 촉구하고 있고, 재계의 대표적 연구기관인 한경연이 이에 가세한 형국이다. 재계가 정부보다 먼저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경연은 14일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4.6%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2분기 이후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저금리의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금리인상·위안화 절상, 미국 등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려도 수출과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봤다. 그보다는 저금리가 이어질 경우 발생할 가계 부실대출 증가와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이 더 큰 위협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 김창배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동안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제 경기 회복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5, 6월에는 금리를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설비투자와 소비·고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지고 있는 지금이 자신감을 갖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경기 흐름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출뿐 아니라 내수가 중요한데, 건설투자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는지, 더블딥 가능성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해 “무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접근(기준금리 인상)과는 구별해야 하고,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금리인상 카드를 가계부채 문제 해결책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국회 기재위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유지와 관련해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되지 않아 아직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고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경기를 단단하게 다지고 갈 필요가 있는 만큼 금리인상은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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