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망치의 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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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 미 카터는 대통령 재임 시절보다 퇴임 이후의 국제적 평화.봉사활동으로 더욱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가 오는 8월 망치 한 자루를 쥐고 서울에 온다. 집을 짓기 위해서다.

국제 해비타트(http://www.habitat.org)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JCWP)' 이 8월 5일부터 일주일간 파주.아산 등 한국의 여섯 개 지역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신간 『망치의 신학』(원제 'The Theology of the Hammer' )은 이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사랑의 집짓기) 운동' 의 핵심철학과 이 운동으로 인한 사람들의 의식 및 현실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전세계 가난한 이들에게 소박하고 안락한 '내집' 을 만들어주는 이 운동은 저자인 밀러드 풀러 부부에 의해 197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79개국 약 11만5천 세대에게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기독교가 주체가 된 운동이지만 수혜나 협력 대상은 종교.민족.정치적 이념 등을 초월한다. 가장 기본적인 신념이 '사랑의 실천' , 즉 나눔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성경 구절이 인용되는 등 종교적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 책이 서로 종파가 다른 기독교인들은 물론 비종교인들에게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는 것은 그런 이유다.

"같은 성경을 읽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렇게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할 만한 상징으로 예수께서 목수 요셉의 작업장에서 일하실 때 썼던 연장이요, 그 분을 십자가에 못질할 때 썼던 연장인 망치보다 더 나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1백57~1백58쪽)

"충만하고 역동적인 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정의로운 삶과 행위다. '망치의 신학' 의 핵심을 이루는 것도 역시 정의로운 삶과 행위다.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는 '너희는 교회에 가야 한다' 는 것이 예수께서 가르치신 가장 중요하고 으뜸가는 계명인 것처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도록 애써야 한다' 는 것이 두 번째로 중요한 계명인양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 (47쪽)

풀 러는 스스로 백만장자의 풍족한 삶을 버리고 망치를 들었다. 가난한 어린 시절 그의 야심은 '부유한 기독교 신자' 가 되는 것이었다. 사업가.변호사가 되면서 꿈은 현실로 나타났다. 두 아이의 아버지도 됐다.

하지만 일 중독자가 된 그에게 아내는 어느 날 "돈만 추구하는 의미없는 삶을 계속할 수 없다" 며 별거를 요구한다.

결국 그는 거의 모든 재산을 사회단체들에 기부하고 다시 가난해짐으로써 하느님과 아내와의 관계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풀러는 이 책에서 모두가 자신처럼 세속적 부를 다 포기하고 이 운동에 뛰어들라고 촉구하지는 않는다. 우선 생각의 틀을 바꾸라고 말한다. 관심의 대상을 나.가족.이웃에서 인류 전체로 넓히고, 자신이 사는 곳에서부터 믿음과 사랑을 실천하자는 그의 호소가 가슴에 와닿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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