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묘역에 500만원 돈 봉투, 누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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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누군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현금 500만원을 놓고 갔다. 메시지는 없었다. 폐쇄회로TV(CCTV)에 잡힌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남자 옷차림이어서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것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은 국립서울현충원의 끝머리에 있다. 장군묘역과 유공자묘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고(故) 육영수 여사의 묘와 나란히 누워 있다.

지난 9일 오후 1시30분쯤,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순찰하던 현충원 경비원은 노란 서류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5개의 돈봉투가 들어 있었다. 각 봉투에는 100만원씩 들어 있었다. 경비원은 근처 지구대에 신고했고, 유실물 습득 신고를 접수한 서울 동작경찰서는 현충원 CCTV 화면을 확인했다.

현충원 관계자는 “남자 옷차림을 한 참배객이 분봉 앞에 놓인 향로 옆에 돈뭉치를 두고 가는 모습이 잡혔지만 화질이 선명치 않아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CCTV는 묘역의 대각선 양쪽에 설치돼 있고, 묘역 전체를 잡고 있다. 따라서 이 화면으로는 향로 근처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구체적 모습을 구분하긴 힘들다. 습득물 유실 신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국가원수 묘역에 이처럼 큰돈을 놓고 간 사례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거액이기 때문에 실수로 놓고 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충원 관계자도 “참배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2일 사이버경찰청 ‘습득물마당’에 돈의 주인을 찾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경찰은 현금이 어느 은행에서 인출됐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1년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 돈은 국고에 귀속된다.

강인식·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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