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국진 미니시리즈 주연 낙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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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정통 탤런트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요. 그냥 도전 자체가 소중한 것 아닌가요. "

인기 개그맨 김국진(35)의 변신은 어디까지인가. 개그맨에서 조연급 연기자로, 프로골퍼 지망생으로, 갈지자 행보를 밟던 김국진이 미니시리즈 주연 출연이란 '사고' 를 쳤다.

MBC '네 자매 이야기' 의 후속으로 다음달 22일 16부작으로 선을 보이는 미니시리즈 '반달곰 내 사랑' (극본 정유경.연출 김남원)의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이다. 후보로 올랐던 최정상급 연기자 서너명을 물리쳤다.

미니시리즈는 스타의 산실인 만큼 그도 이제 명실상부한 탤런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담담하기 짝이 없다.

"사실 전 연기를 잘 못해요. 혀도 짧지 않습니까" 라며 웃음을 터뜨린 그는 "새롭게 도전하는 삶에 보람을 느낀다" 고 했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전하는 삶' 은 그가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모토다. 가냘파 보이는 체구와 달리 2백8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자랑하는 金씨는 프로골퍼 테스트에 다섯 번 고배를 마시고도 현재 여섯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김국진일까.

멜로를 지향하는 '반달곰…' 은 넓게 보면 평강 공주와 온달 왕자의 사랑 얘기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김국진이 맡게 될 반달웅 역은 넉살 좋고 배짱 두둑하며 단순 솔직한 성격으로 별명이 반달곰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천성이 낙천적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축구 코치가 되고, 학교재단 이사장의 딸인 한정은(송윤아)과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송윤아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아버지가 짜놓은 인생의 틀을 따라가는 이중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동안 '온달' 류 인물의 성공 스토리에는 대개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예를 들면 남자 주인공이 잘 생겼거나 똑똑하거나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남자 신데렐라보다는 진실한 사랑과 현실적 장벽 사이에서 고뇌하는 평강 공주의 심리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제작진은 가장 착하고, 가장 평범하고,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파괴력을 가진 인물로 김국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조연출을 맡은 임태우 PD는 "순수한 사랑이 '조건' 이란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고 싶다" 며 "코믹함이 드라마 곳곳에 느껴지겠지만 가벼운 분위기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국진은 "그동안 '전파견문록' 등을 제외하고는 방송 출연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며 "장난기 있고 낙천적이면서도 솔직한 극중 이미지가 내 성격과 맞아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송윤아씨와는 한번도 같이 연기하지 않았지만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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