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은, 올 성장률 5.2%로 높여 … 성장에 계속 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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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12일 오전 한은 기자실에 서 ‘2010년 경제전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올렸다. 한은은 12일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5.2%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내놨던 전망치(4.6%)보다 0.6%포인트 높인 것이다. 성장 폭이 큰 데도 물가 상승률은 애초 전망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을 서두를 때가 아니라는 시각을 강하게 담은 것이다. 새로 취임한 김중수 총재의 생각에 맞춰 경제 상황을 보는 한은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근거는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였다. 지난해 말 3.3%로 예상했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이번에는 3.5%로 올렸다. 세계 교역 신장률도 4.2%에서 5.3%로 수정했다. 반면 원유도입 단가(배럴당 83달러)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활기를 띠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성장세를 탄다는 논리다. 수출이 늘면서(지난해 말 전망치 9.3%→수정치 11.9%), 설비투자가 확대되고(11.4%→13.4%), 민간소비도 늘어난다(3.6%→4.0%)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7%(전기 대비)에서 1.6%로 상향 조정됐다.

물가는 정반대다. 1분기에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서비스 요금이 안정된데다, 2분기에는 농산물 공급 확대 등으로 물가 상승 폭은 애초 예상치(2.8%)보다 낮은 2.6%로 전망됐다.

이렇게 성장 폭은 커지지만 물가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아직은 출구전략을 꺼낼 때가 아니라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 이상우 조사국장은 “출구전략을 결정하려면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성장률 전망치만 갖고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을 경계했다. 올해 성장률 5.2% 정도로는 출구전략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입장은 새 총재가 취임하면서 이미 감지됐다. 이성태 전 총재 시절 한은은 “한국의 기준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출구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김중수 총재가 취임하면서 한은의 입장은 달라졌다. 그 결과가 이날 GDP의 0.6%, 약 6조원의 차이로 나타난 셈이다.

김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됐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가 건실하게 안정을 유지하며 발전하느냐가 기준”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날 한은은 올해 민간부문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3%포인트였던 민간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올해 4.9%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하지만 이런 해석을 부인했다. 이상우 국장은 “연간 전체로 민간의 성장이 회복된다는 의미”라며 선을 그었다. 지금은 아직 민간의 자생력을 말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올해 경제가 예상보다 더 성장하되 물가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성장에 무게를 둔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한은이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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