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12일 오전 한은 기자실에 서 ‘2010년 경제전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근거는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였다. 지난해 말 3.3%로 예상했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이번에는 3.5%로 올렸다. 세계 교역 신장률도 4.2%에서 5.3%로 수정했다. 반면 원유도입 단가(배럴당 83달러)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는 정반대다. 1분기에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서비스 요금이 안정된데다, 2분기에는 농산물 공급 확대 등으로 물가 상승 폭은 애초 예상치(2.8%)보다 낮은 2.6%로 전망됐다.
이렇게 성장 폭은 커지지만 물가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아직은 출구전략을 꺼낼 때가 아니라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 이상우 조사국장은 “출구전략을 결정하려면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성장률 전망치만 갖고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을 경계했다. 올해 성장률 5.2% 정도로는 출구전략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입장은 새 총재가 취임하면서 이미 감지됐다. 이성태 전 총재 시절 한은은 “한국의 기준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출구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김중수 총재가 취임하면서 한은의 입장은 달라졌다. 그 결과가 이날 GDP의 0.6%, 약 6조원의 차이로 나타난 셈이다.
김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됐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가 건실하게 안정을 유지하며 발전하느냐가 기준”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날 한은은 올해 민간부문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3%포인트였던 민간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올해 4.9%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하지만 이런 해석을 부인했다. 이상우 국장은 “연간 전체로 민간의 성장이 회복된다는 의미”라며 선을 그었다. 지금은 아직 민간의 자생력을 말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올해 경제가 예상보다 더 성장하되 물가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성장에 무게를 둔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한은이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