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 미국서도 안 팔린다…한·일차 선전에 재고 쌓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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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장에 최근 출시돼 10월에만 1만대가 팔리는 등 호평을 받고 있는 도요타의 최신 모델 사이언. [사진제공=블룸버그]

미국 시장에서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의 약진으로 미국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9일 미국 시장에서 한국.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판매부진으로 인한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 잘나가는 한.일 자동차=한국의 기아자동차는 지난 10월 미국 현지 판매량은 2만2973대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51%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대차 판매량은 3만3000대로 증가율이 14%를 웃돌았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지난달 매출 역시 13% 이상 늘었다. 특히 최신 브랜드인 사이언(scion)은 10월에만 1만대가 팔릴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도요타의 인기 모델인 캠리는 GM의 폰티액G6 등 경쟁 차종을 따돌리고 3만5000여대가 팔려 매출이 7% 넘게 늘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2006년께 GM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픽업트럭 타이탄은 포드의 시보레 등과 경쟁해 올 들어 6만7000여대가 팔렸다. 혼다자동차의 판매량 증가율도 10%를 넘어섰다.

이처럼 판매가 늘면서 아시아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31.9%에서 최근 35.3%로 껑충 뛰었다.

조지 파이퍼스 포드자동차 시장분석가는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이 향상된 성능의 다양한 모델로 선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 재고 쌓이는 미국산 차=미국 업체들은 아시아산 자동차에 비해 시장점유율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판매량은 크게 줄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자동차 빅3(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재고율은 최근 10년간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GM은 미국 시장 점유율이 9월 말 31.4%에서 10월에는 25.4%로 떨어지면서 재고가 61일 분량에서 95일 분량으로 급증했다. 포드는 9월 말 74일 분량에서 10월 말에는 89일 분량으로 재고가 늘었고,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69일 분량에서 93일 분량의 재고가 쌓였다.

미국 자동차 빅3는 늘어나는 재고물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GM은 북미시장에서 4분기에 1만대를 덜 생산하기로 했다.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객에게 대당 3000~4000달러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며 판촉 경쟁도 벌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분석가 로널드 태드로스는 "GM이 조만간 가격 인하를 택할 경우 포드와 크라이슬러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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