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입 수능에서 10%만 국사 선택하는 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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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호 02면

2500년 전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역사를 둘러싼 논란을 이렇게 적었다. “서로 다른 목격자들은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진술을 내놓았다. 이들은 어느 한쪽이나 상대편을 편들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불완전한 기억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역사를 공유한 이웃 나라 간의 갈등과 대립이 여전한 것을 보면 투키디데스의 관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일 간에 독도와 역사 왜곡을 둘러싼 대치 전선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과거사를 직시하겠다”는 자세는 온데간데없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표를 의식했는지 자민당 정권의 해묵은 주장을 답습했다. 천안함 침몰의 충격에 휩쓸린 한국 사회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다.

역사·영토와 관련한 일본의 뻔뻔스러운 억지는 10년, 20년에 끝날 일이 아니다. 몇 세대에 걸쳐 계속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중·고교 역사 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세계화 시대에도 각국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한국의 국사 교육은 명백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2010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전체 응시자(63만8216명) 가운데 사회탐구 과목 중 하나로 국사 시험을 선택한 응시자는 6만9704명에 불과했다. 겨우 10.9%,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국사 점수를 요구하는 서울대 진학 희망자를 빼곤 시험 자체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마당에 교과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교 1학년 때 필수과목으로 배우는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바꾸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주요 사립대학 역시 입학전형 때 요구하는 사탐 과목을 두세 개로 줄이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사 외면현상’이 뒤따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반면 일본은 일본사와 국가정체성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입시험에서 일본사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을뿐더러 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지자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쿄도는 2012년부터 공립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가르칠 계획이고 다른 시·현들이 뒤따르고 있다. 중국에서도 칭화대나 베이징대 같은 명문대학을 가려면 반드시 중국 고대사와 근ㆍ현대사를 공부해야 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역사를 아는 민족에게 역사를 빼앗길 것이다. ‘국치 100년’을 맞이한 올해, 우리는 후대를 위해 역사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럼에도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국사를 통폐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27년간 국사를 가르쳐 온 한 고교 교사는 “1학년 때 재미있게 국사를 배웠던 학생들도 3학년 때는 수능 점수를 잘 딸 수 있는 과목에 매진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장차 주변국들의 역사적 공격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지 교육 당국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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