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기회] 5. 의무 수입량 늘어 … 득실 따져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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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수입 쌀에 대한 물량 규제를 계속하든, 시장을 완전 개방하든 미국 쌀의 수출이 늘어나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와 쌀 협상을 하고 있는 미국 농무부 관계자의 말이다. 실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쌀 협상을 바라보는 국내 시각은 지나치게 외국 쌀의 수입 방식이 어떻게 되느냐에 쏠리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어떻게든 완전 개방(관세화)을 미루고 지금처럼 일정한 양의 쌀만 수입하는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세화 유예가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관세화를 미루면 수입 물량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 농민들의 심리적인 불안감도 줄어든다. 반면 대가도 만만치 않다. 관세화를 미루면 아주 낮은 관세로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물량(MMA)이 크게 늘어난다. 게다가 나중에 시장을 완전 개방하더라도 이미 정한 의무수입 물량은 계속 수입해야 한다. 지금 완전히 개방하면 의무수입량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는 현재 수준(소비량의 4%)에서 더 늘리지 않아도 된다.

또 관세화를 미루는 동안에도 WTO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가 수입 쌀에 물릴 수 있는 관세는 계속 줄어든다. 단지 지금은 민간업체가 외국 쌀을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되지 않을 뿐이다. 완전 개방을 해도 단점은 있다. 국제 가격이나 환율에 따라 국내 쌀값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 서울대 이태호(농경제학)교수는 "협상 자체에만 매달리다 보면 수입 방식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과열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농업 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빨리 찾아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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