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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토론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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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윤 경제부 기자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갖고 논의해야 하는데…."

7일 밤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당.정.청 경제워크숍'을 마치고 떠나는 한 경제부처 장관은 토론이 유익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짧게 답하곤 말문을 닫았다.

다른 장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자 "난 듣기만 했어요"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잘 알면서 묻느냐는 투였다.

이날 열린우리당이 창당 1주년을 기념해 연 경제워크숍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50여명, 경제부처 장관들, 그리고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워크숍의 제목처럼 '튼튼한 나라, 잘사는 국민'을 위해 희망을 쏘아올리는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토론장을 나서는 장관들의 표정에선 만족감을 찾을 수 없었다.

우선 토론내용이 이전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뉴딜식 투자를 위해 연기금을 활용하고 정부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누차 밝힌 내용이다. 이미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에 투입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던 터였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옳았다.

일부 토론자가 "연기금을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지만 후속 논의가 없었다.

게다가 경제를 보는 시각도 달랐다. 이해찬 총리는 "뉴딜식 종합투자계획을 안정적으로 집행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국내 경기가 회복돼 2~3년 내 경제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지금 구조적이고 전환기적인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토론회를 마치고 열린우리당은 "치열한 고민과 진지한 논의로 경제회생을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공유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경제현실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전시성 행사에 그쳤다는 느낌이다. 이래선 '튼튼한 나라, 잘사는 국민'을 기대할 수 없다.

김종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