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 광주은행 '우리금융' 통합 강력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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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그룹이 경남.광주은행 등 소속 자회사들의 반발로 경영계획 이행 관리약정(MOU)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예금보험공사와 지주회사가 MOU를 이미 맺은 만큼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에 MOU를 맺어 양자간의 책임과 의무를 명백하게 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남.광주은행 등 일부 자회사들은 독자생존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MOU가 ▶내년 6월까지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했던 지난해 12월 노정합의에 어긋나고▶지주회사와 MOU를 체결할 법적인 근거도 없으며▶독립 법인격을 부정하는 등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6일 광주와 마산에서 광주.경남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최할 예정이었던 우리금융그룹의 기업설명회(IR)가 해당 은행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경남은행 서울분실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은 대주주로서 주주권만 행사하면 되는 것이지, 자회사 경영을 지나치게 간섭해선 안된다" 며 "상반기에 4백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연말까지 8백억원 이상의 순익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6월까지 독자 경영을 보장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자회사 은행장이 경영상 재량권을 가진다는 것을 명시하는 내용의 부속문서를 MOU에 첨부하는 수준에서 약정을 체결하자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자회사 중 한빛은행 이사회가 지난 2일 이같은 조건으로 MOU 체결을 승인했었다.

전광우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은 "자회사에 경영의 상당 부분을 위임하는 내용의 부속문서를 이미 MOU를 체결한 평화은행 등에도 보낼 것" 이라며 "지주회사 설립취지를 생각할 때 구조조정의 원칙과 명분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 고 말했다.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빛.경남은행 등 지주회사에 편입된 은행들이 지난 상반기에 대규모 흑자를 냈다고 하지만 이는 지난해말 투입한 공적자금의 효과" 라고 지적했다.

李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소규모 지방은행들이 생존할 만한 틈새시장이 많지 않다" 며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인원.점포 감축을 통한 경비절감인 만큼 올해 말까지 자회사 통합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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