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신냉전 6개월 이젠 관계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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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미관계가 해빙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대중(對中) 강경파인 조지 W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데 이어 4월엔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공중충돌하면서 극히 악화됐던 중.미관계가 반년간에 걸친 신냉전을 끝내는 듯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장쩌민(江澤民)주석은 5일 마치 그동안의 불화를 청산하듯 부시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를 했다. 4일로 독립 기념일을 맞은 미국에 축하의 말을 건네고 중국 정부와 인민은 미국과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이에 중국을 존중하며 미.중 양국이 많은 국제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파트너로서의 중국의 역할을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환영하며 오는 10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의에 참석한 뒤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이같은 중.미 지도자의 전화통화는 지난 반년 동안 계속돼온 중.미간 냉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과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꼬는 역시 실리를 중시하는 중국이 풀었다. 江주석은 지난달 중순께 중국을 방문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통해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한 江주석의 메시지는 '중국은 중.미 공중충돌로 야기된 긴장을 잊을 준비가 돼 있다' 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에 중국의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화답해 중국을 크게 고무시켰다. 그리고 양국 지도자의 전화통화가 있기 전인 지난 3일엔 하이난(海南)섬에 불시착해 중.미 불화의 상징과 같았던 미국 EP-3 정찰기의 분해.운반작업이 끝났다.

이같은 해빙분위기를 발판으로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오는 20일을 전후해 중국을 방문, 부시 대통령의 방중(訪中) 준비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 5월 1일 조셉 프루어가 떠난 이후 이제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는 주중 대사를 8월까지는 임명해 양국관계를 완전 정상화할 예정이다.

이같은 양국의 화해는 미국의 파워를 중국이 현실적으로 인정,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미국 또한 국제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해 더 이상의 마찰은 불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미간에 흐르던 한류(寒流)가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밀월(蜜月)로 발전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국간 견해차가 큰 대만과 티베트.파룬궁(法輪功).무역마찰 등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까닭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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