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이색모임] 전주 '완산풍물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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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생을 완전히 새로 사는 기분입니다.굿 장단에 맞춰 북 ·장구 등을 두드리다 보면 스트레스는 훌훌 날아가고 몸과 마음에 활력이 가득 넘쳐요.”

전주시내 40∼50대 가정 주부들로 구성된 ‘완산풍물패’.이 모임은 1999년 3월 완산구청이 무료 풍물강좌를 열면서 시작됐다.현재 김배재(45 ·우아동)씨가 회장,한초순(46 ·인후동)씨가 총무,김정심(52 ·남노송동)씨가 상쇠를 맡고 있다.

40여명의 회원들은 수 ·금요일마다 오전 10시부터 완산구청 강당에 모여 어름굿 ·인사굿 ·길굿 ·되드래미굿 ·밤풍류굿 등 갖가지의 임실필봉굿 가락을 익힌다.

처음 한 시간은 앉아서 장구 ·꽹과리 ·징 ·북 ·소고 등을 두드리며 서로 호흡을 맞춘다.그리고 또 한 시간은 일어나 발을 떼면서 너름새를 배운다.

이렇게 두 시간 동안 굿 장단에 몰입하다 보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마음은 잡념이 없어져 햇살처럼 밝아 온다고 한다.

회원들은 대부분 그동안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을 챙기느라 취미생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사람들.그러나 짬을 내 풍물을 배우면서 새 삶을 사는 기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회원 중에는 허리통증 ·근육통 등으로 고생하다 풍물을 한 뒤 씻은 듯이 나은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연습 시간을 더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다.또 처음에는 마뜩찮은 눈길로 쳐다보던 남편들이 장구 ·북 등을 사 주는가 하면,시간이 되면 “늦겠다”며 등을 떼밀 만큼 열렬한 후원자가 된 회원이 많다.

완산풍물패는 지난해 초 풍남문 ·객사 등에서 펼쳐진 새천년 문화이벤트에 참가하면서 외부 행사에 공식 데뷔했다.

그동안 풍남제 ·대보름 ·마라톤대회 ·복숭아축제 등 크고 작은 행사에 월평균 한번꼴로 가 공연하고 있다.

김회장은 “앞으로 양로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에 가 위안잔치를 여는 등 사회봉사활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펴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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