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강남구 불법 설치물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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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주변. 5~6개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걸려 있다. '화장장 유치 결사반대' '내 집 앞에 화장터가 웬말이냐' 등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추모공원(제2화장장)건립을 반대하는 구호가 대부분이다.

요즘 서초구나 강남구 어디를 가나 '현수막 천국' 이다. 이처럼 불법 현수막이 난립해 있는데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자 업소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불법 간판들을 마구 설치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 현수막 공해=서초.강남구 일부지역이 추모공원 후보지로 지정된 올해 초부터 교통량이 많은 네거리는 물론 간선도로의 가로수 등에도 2~3개의 현수막이 설치됐다. 강남.서초구에만 5백개가 넘는다.

구청 직원들은 "대부분은 동사무소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현수막이 가게 간판을 가린다" 는 상인들의 반발에다 "도시미관을 해친다" 는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관할구청은 팔짱만 낀 채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방치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현수막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으나 새마을 부녀회 등 주민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어 철거는 엄두도 못낸다" 고 털어 놓았다.

일부 주민들은 "선거를 의식한 민선 구청장이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단속을 일부러 피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강남구 청사 바로 앞에 화장장 관련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다.

◇ 불법 광고물 방치=서울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서초구와 강남구에 불법 광고물이 가장 많은 반면 단속 건수는 가장 적다.

지난 2월 시가 '광고와의 전쟁' 을 선포한 이후 에어라이트(공기 주입 풍선기둥)와 입간판 등에 대한 정비실적은 구로구와 금천구가 각각 3천8백65건.3천5백82건인 데 비해 강남구와 서초구는 7백69건.4백89건에 불과했다. 또 과태료 부과실적도 영등포구가 4백29건이었으나 서초구는 38건, 강남구는 단 한건도 없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추모공원 현수막을 방치하고 있는 판에 광고물을 단속하면 주민들이 납득하겠느냐" 며 "실제로 광고물을 철거하려 하면 업주들이 '현수막은 그냥 두면서 왜 간판만 단속하느냐' 고 항의해 곤혹스럽다" 고 말했다.

YMCA 전국연맹 문홍빈 간사는 "해당 구청이 주민들의 눈치만 살피다 자충수를 둔 셈" 이라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구정(區政)을 펴줄 것을 촉구했다.

백성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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