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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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랍 속, 화장대 안
양복 주머니, 별의별 곳에
약이 마구 굴러다닙니다.
처방이 필수인 처방약이나
그냥 살 수 있는 일반약이나
파스.연고에 비타민제까지.

"약 한 첩 못 쓰고"란 말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의 말.
진상규명에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한,
과거에나 쓰던 말이라지요.

그런데 밖에서 놀다 다친
아들녀석에게 도대체
어떤 약을 발라줘야 하나요.
서랍 속의 약,
아무리 봐도 사용설명서도,
포장지도 없잖아요.

지난번에 이걸 발랐던가요,
희미한 기억 속에 대충대충
약은 약이니까?
벌레 물린 딸에게도
마찬가지군요.
결국 같은 연고를 대충대충…

빨간 약은 해열제?
흰 약은 소화제 맞나?
설마 약이 해롭기야 할까?

아니죠.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고
약화사고라는 말도 있던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약도 마찬가지랍니다.

한 집에 굴러다니는 약이
평균으로 따져
3만9000원어치나 되고
먹고 남으면 아까워서
버리지 않는 집이
절반이 넘는답니다.

약을 덜 쓰자고 수조원 들여
의약분업까지 했는데
집에 묵힌 약이
우릴 비웃고 있군요.
재활용할 게 따로 있죠…

*대한약사회가 서울시내 192가구를 대상으로 묵힌 약 실태를 조사해 보니 대부분의 집이 5~9종류의 약을 갖고 있었고 45.8%는 정확한 정보 없이 약을 먹거나 바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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