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북자 수용능력 부족 문제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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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길수군 가족 망명요청을 계기로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국 등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이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한국행의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서울 정착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 포화상태인 수용능력=1998년 71명이던 탈북자는 이후 매년 배 이상으로 늘어 99년 1백48명, 지난해 3백12명이었다.

올해는 28일 현재 이미 2백18명이 귀순해 이대로라면 5백명선을 넘을 전망이다.

특히 길수군 가족처럼 가족단위 탈북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전언이다.

지난해는 50가족이 들어왔고, 올해는 38가족이 서울 생활에 들어갔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통일부가 운영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탈북자)정착지원시설' 인 하나원에는 적정 수용인원(1백명)을 넘겨 1백20명이 생활 중이다.

◇ 대책은 무엇인가=통일부 당국자는 "급증하는 탈북자를 소화하려면 현재 3개월인 하나원 교육기간을 1~2주 정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상황"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56억원을 들여 하나원을 늘려 짓기로 하고 올해 건물설계비로 7억7천만원을 요청해 놓았으나 완공까지는 2년이 걸릴 판이다.

하지만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탈북자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실 발표 이후 입국 탈북자 공개나 기자회견을 일절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여기에다 최근 해외여행에 나선 탈북자들이 잠적하거나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태가 잇따라 불거져 탈북자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연구원 이금순(李琴順)연구위원은 "정부가 탈북자 관련사안을 자원봉사자나 예비비 책정 등으로 때우려 하지 말고 탈북자 정착에 예산과 인력을 실효성 있게 지원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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