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길수 가족 주변] 예상밖 느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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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UNHCR 베이징 판사처는 27일에도 문을 굳게 닫은 채 외부 인사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층 정문을 지키는 보안(保安)요원은 張군 일가족의 동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 로 일관하며 "1층에서 기다려 달라" 는 말만 되풀이.

○…張군 일가족은 후원 인사들이 미리 준비한 가벼운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잠은 UNHCR가 급히 마련한 침구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방 외교관은 UNHCR 관계자들이 26일 침구를 준비하면서 비상 침구와 식량으로 며칠은 문제가 없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임시 조치만으로는 무더운 베이징 여름을 견디기 어렵다며 우려했다.

○…중국은 이번 사태에 겉으로 보기엔 다소 느긋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1997년에 발생했던 황장엽씨 사건 때와 큰 대조를 보였다.

중국 공안(公安.경찰)은 26일 밤 만약의 사태에 대비, 미니버스 크기의 공안 차량 한대와 5~6명 정도의 공안을 배치했으나 27일에는 이마저 철수하고 대신 사복 차림 공안들을 보내 동태를 주시. 이는 지난 97년 黃씨 사건 당시 한국 총영사관으로 통하는 반경 5백m의 모든 거리를 엄격하게 통제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

○…張군 일가족이 머물고 있는 UNHCR 베이징 판사처는 산리툰(三里屯)외교단지의 서북 방향, 비교적 외딴 곳에 위치한데다 중국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보도하지 않아 일반 중국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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