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중진들 "자민련 포용해 큰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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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중진들이 자민련의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20석→14석)요구를 두고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유연한 대처를 주문하고 나섰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26일 "李총재가 자민련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겠다고 한 다짐은 유효하다" 고 말했다.

지난 1월 민주당 의원 4명의 자민련 이적(移籍)사태 때 李총재가 "민의(民意)엔 어긋나지만 실체는 인정한다" 며 정국 대치상황을 푼 것을 두고서다. 崔부총재는 "李총재의 말은 정치적 약속"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안을 했다. "당장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무너뜨리는 게 아닌 만큼 정치개혁특위를 재가동해 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25일 강재섭(姜在涉)부총재도 당직자 회의에서 "자민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좋다" 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와 관련한 국회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며 "이런 시시한 문제로 민생문제가 지장을 받아선 안된다" 고 강조했다.

박희태(朴熺太)부총재도 崔.姜부총재와 같은 편에 서 있다.

이들은 '14석으로 할 경우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이탈해 신당을 만들 가능성' 에 대해 " '이회창 대세론' 이 단단해지고 있어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당에선 "중진들이 앞서 당의 진로를 제시, 李총재의 선택 폭을 넓힌 것" 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의원은 "지난해 4.13총선 직후 우리가 먼저 이 문제를 풀었다면 정국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 이라며 "이제라도 해야 한다" 고 말했다.

李총재의 한 측근도 "시점의 문제일 뿐이지 李총재가 큰 정치를 할 것" 이라며 "그 모양새는 자민련과의 '거래' 가 아닌 李총재의 결단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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