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성공한 스와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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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바람을 연구하는 터널 형태의 실험실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프랑스 모데인의 오네라 풍동연구센터(길이 1백55m).

스위스 시계업체인 스와치가 지난 12일 이곳에서 이색적인 신제품 출시 행사를 열었다. 두께가 6.6㎜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얇다는 시계 '스킨 크로노' 를 선보인 것.

스와치는 이날 행사에서 오네라연구센터 내부에 설치한 바람개비에 이 시계를 매달고 강풍을 불게 해 전위예술 같은 패션시계 이미지를 강조했다. 스와치는 매년 이같은 패션시계를 3백여종 출시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셸 소피스티 스와치 사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고가품으로 사회적 신분의 상징이던 스위스 시계를 예술 개념의 저가품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며 "1백50여가지의 부품을 51개로 대폭 줄여 원가를 절감한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바탕이 됐다" 고 말했다.

그는 "매출액이 지난해 세계 85개국에서 42억 스위스프랑(약 3조원)에 달해 최근 5년새 두배로 뛰었다" 며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율도 매출액의 10%로 업계 최고 수준" 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시계업계는 한때 명성을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43%에 달했으나 1970년대 들어 일본.홍콩업체의 도전으로 15%대까지 추락, 대량 실업사태에 허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와치를 중심으로 고가.수제품 대신 10만원대의 저가.패션시계로 재기에 성공해 90년대 이후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와치 등의 대변신을 통해 시장 재탈환에 성공, 스위스 시계의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소피스티 사장은 한국시장에 대해 "99년 이후 연평균 70% 정도의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며 "백화점 중심의 대리점 판매방식 대신 일반 직영점포를 확충해 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대도시 거리에 전문점(로드숍)을 1개 정도씩 개설해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스와치는 손바닥 안의 휴대폰을 겨냥한 '스와치 토크' , 개인용 컴퓨터와 데이터 교환이 가능한 개인휴대정보 단말기(PDA) 기능의 '스와치 싱크로 비트' , 마이크로 칩을 시계에 내장해 금융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스와치 액세스' 등의 복합 제품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모데인=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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