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 취업난 모르는 이색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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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학과의 실습 시간. 학생들이 시신 역할을 한다. 얼마나 편안하게 염을 하는지 입장을 바꿔놓고 직접 체험해 보라는 뜻이다.

▶ "시원하시죠?" 뷰티 산업에 필요한 전문가를 키우는 공주영상정보대학 코디메이크업과. 학생들이 발마사지 실습을 하고 있다.

▶ 카드를 다루는 부산여대 호텔카지노학과 학생들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외국인을 상대하기 때문에 영어.중국어.일어에 능통해야 한다.부산=송봉근 기자

대졸 실업자가 넘쳐나는 와중에 올해 대학을 졸업한 정윤아(22)씨는 두산식품BG에 '거뜬히' 입사했다. 비결은 간단하다. 두산식품BG는 '종가집 김치'를 생산하는 회사고, 정씨는 세계에서 유일한 김치 전공 학과인 김치식품과학과(청주과학대)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집에서 김치 한번 담가본 일 없지만 2년간 실험.실습 위주로 열심히 공부한 덕에 입사시험에 합격했다"며 웃었다. 정씨의 같은 과 졸업 동기생 30명 중 28명이 취직에 성공했다.

대덕대 마이크로로봇과는 매년 95%가량의 취업률을 기록한다. 세칭 명문대들에도 기계학과나 전기.전자.제어공학과 등 로봇 관련 학과가 수두룩한 마당에 지방의, 그것도 3년제 대학 졸업생을 기업들이 서로 모셔가는 것이다.

이 학과 정기철 교수는 "여러 분야 중 특히 '마이크로프로세서 로봇'에 집중해 철저하게 실습 위주로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학과 졸업 예정자 25명 중 22명은 다국적 기업 보슈, 삼성전자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 기술이 필요한 중견기업 등에 이미 취직이 확정됐다.

맞춤형 직업교육으로 청년실업 시대를 헤쳐나가는 '틈새 학과'들이 뜨고 있다. 3년제인 서울보건대의 장례지도학과는 이름조차 낯설지만 입학 경쟁률이 20대1이나 된다. 이 과는 병원 장례식장이나 장묘사업소.납골시설 등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를 양성한다. 학생들이 몰려 2005학년도에는 야간학부(정원 40명)까지 새로 만들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 올해도 입시전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대학 간판에만 휘둘리지 말자. 잘 찾아보면 길은 많이 있다.

글.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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