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취업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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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서관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

달콤한 꿈을 꾸었다.

매끈한 발목에

발레화 끈을 질끈 묶고

하얀 조명 아래

무대 한복판에 서서

온통 각광받으며

훨훨 비상하는 나를 보았다.

아무리 되새겨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힘을 주는 이 꿈은

내 마음의 마스코트였다.

나의 미래는

이처럼 아름다우리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메아리 없는 이력서가

한 움큼이 될 때쯤

비로소 깨달았다.

꿈은 꿈일 뿐이라는 것과

내 앞의 매서운 현실을…

그러나 아직은 청춘.

닿지 않은 인연에

미련 따위는 두지 않는다.

가고 싶은 곳은 하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

오늘도 나는 간다.

희망을 키우러 나간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는

거리 한복판으로

이제는 익숙해진

네 바퀴 수레 힘껏 밀며

가로등 조명 아래로.

잘 닦은 구두 한 켤레

진열대에 올려놓고

마음을 다잡듯

운동화끈 질끈 묶어서

좌판에 내놓는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원대하리라는

믿음을 갖고서.

꿈을 빼앗겨도

믿음은 결코 잃지 않으리.

삶에는 귀천이 없지 않은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난 속에 노점상으로 나서는 20, 30대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김은주<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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