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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57% 재산 늘어 … “펀드·주식 상승 영향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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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침체 속에서도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 10명에 6명꼴로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대법원·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일 공개한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2273명 가운데 재산 총액이 전년도보다 증가한 공직자는 56.6%인 1287명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중앙부처 1급 이상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교육위원 등 1851명의 재산 내역을 보면 1077명(58%)의 재산이 늘었다. 공개대상자의 평균 재산은 전년도보다 1200만원 증가한 12억8400만원이다. 전성태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은 “재산이 증가한 사람은 펀드·주식의 평가액이 상승한 때문이며, 감소한 사람은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공시가격 하락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29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6명은 재산이 늘었고, 137명(46.8%)이 감소했다. 국회의원의 재산은 평균 27억3272만원(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제외)으로 집계됐다. 한나라당 의원의 평균 재산은 35억995만원(정 대표 제외), 민주당은 16억1787만원이다. 자유선진당은 19억836만원,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는 5억9705만원, 민주노동당은 5억1219만원이다.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1조4501억5069만원)이며, 지난해보다 634억8769만원이 늘어난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이 935억7921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순재산이 마이너스(8억2004만원)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산공개 대상자 15명 중 12명의 재산이 늘어 재산 감소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김상우·허진 기자


이 대통령, 장학재단 출연 … 357억→49억

청와대 참모 중 김은혜 1위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이 1년 새 7분의 1로 줄었다. 지난해 부동산 대부분을 기부, ‘청계장학재단’을 세운 데 따른 감소다.

2일 공개된 공직자 보유재산 신고내역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재산은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49억1353만원이었다. 2008년 말 재산총액 356억9182만원보다 307억7829만원이 준 셈이다.

남은 재산 중에선 퇴임 후 거주할 서울 논현동 단독주택(33억1000만원)과 김윤옥 여사 명의의 논현동 토지(13억1100만원)가 큰 덩치였다. ▶제일컨트리클럽 등의 회원권(2억9820만원) ▶예금과 보험(1억7060만원) ▶카니발 차량(3473만원) 등도 재산목록에 있었고, 김창렬 화백의 ‘물방울’(700만원)과 1.07캐럿짜리 다이아몬드(500만원) 등 귀중품들도 지난해에 이어 신고됐다.

이 대통령의 빚은 2억3800만원으로 신고됐다. 지난해엔 66억7677만원이었지만, 대출 담보로 잡혔던 건물을 청계재단으로 넘기면서 부채도 대부분 정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30억원으로 신고했던 LK-e뱅크 출자금을 “회사의 실체가 없다”며 0원으로 신고했다. 아들 시형씨는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 평균 14억원=청와대 비서관(1급) 이상 참모진 재산도 함께 공개됐다. 평균은 14억5000만원이었지만 내부적으로 ‘빈부격차’가 컸다.

1위 김은혜 대변인은 78억4028만원을 신고했지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 내정된 노연홍 보건복지비서관은 2억4572만원을 신고해 ‘꼴찌’가 됐다. 수석 중에서도 권재진 민정수석(22억6019만원)부터 진동섭 교육과학문화수석(5억7067만원) 사이에 격차가 컸다. 내각에선 정운찬 국무총리가 18억3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남궁욱 기자


정몽준 대표, 1896억 줄어 … 2년 새 2조 ↓

김세연 의원, 600억 늘어

여야 주요 정치인들의 재산 증감은 희비가 엇갈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재산이 줄었지만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늘었다.

정몽준 대표는 2년 새 재산이 3조6000억원에서 1조4500억원으로 2조원 넘게 줄었다. 현대중공업의 주식평가액이 경기악화의 여파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재산은 지난 한 해 동안 1896억2506만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그는 국회의원 재산순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보다 1억5000만원 준 21억6149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삼성동의 자택 가격은 1억9000만원 떨어졌고 지역구인 대구시 달성군의 아파트 가격도 500만원 하락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재산은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는 26억4413만원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의정활동을 위해 개인에게 빌려 쓴 돈이 2억2000만원 늘었다고 신고했다.

이회창 대표는 27억7820만원(7300만원 증가)을, 강기갑 대표는 1억6282만원(2730만원 증가)을 신고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과감한 재테크 실력을 보여줬다. 전 의원은 위험이 낮은 대신 수익률도 낮은 예금에서 23억원을 뺀 대신 이 돈을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 의원의 재산은 전체적으로 7억원 줄었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별다른 재테크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보유 주식의 값어치가 올라 재산이 크게 늘었다. 김 의원이 소유한 동일고무벨트의 주식평가액은 6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허진 기자


유인촌 장관, 121억원 … 국무위원 중 1위

백용호 청장, 부동산 3억↓

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재산 증감은 ‘종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주식이나 펀드에 주력한 사람은 웃고 부동산에 치중한 사람은 울었다.

지정구 인천시의원은 주식 평가액 증가 등에 힘입어 1년 사이 46억4233만원의 재산을 불려 총재산 79억7950만원으로 증가액 1위를 차지했다. 지 의원 부부는 아이씨에너택 주식 27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3576주를 보유한 김기수 전직 대통령 비서관은 1년 새 12억5000만원의 평가수익을 냈고,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도 펀드가액 상승으로 6억원의 재산을 불리는 등 총액 121억6564만원을 기록했다.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본인과 배우자, 장남 명의의 주식계좌를 통해서만 14억원의 평가익을 냈다.

반면 재산이 많이 줄어든 고위 공직자 중 권광택 충북도의원(-16억7282만원), 이영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7억5335만원),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6억6590만원) 등은 공시지가 하락을 감소 사유로 신고했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서울 오륜동에 본인과 어머니 명의로 갖고 있는 아파트 2채의 가격이 19억2800만원에서 15억6000만원으로 3억6800만원 줄었다. 김교식 여성부 차관은 아파트 등 건물 4채의 평가금액이 5억7458만원 줄었다. 백용호 국세청장도 서울 반포동 아파트 등 보유 건물의 평가액이 3억1200만원 줄어든 탓에 총액이 29억8389만원으로 감소했다.

박한철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해 11월 불교 재단인 재단법인 법보선원에 공시지가 9억6800만원인 서울 서초동의 우성아파트(면적 139.5㎡)를 기부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아내가 아파트를 기부하자고 제안해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의 재산신고액은 지난해 15억8100여만원에서 올해 6억8500여만원으로 줄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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