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클리닉] 공사중단 3년 사당역 환승주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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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7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 2번 출구 옆. 환승주차장 공사를 하다 중단된 5천4백평 규모의 대형 부지에 키 1m가 넘는 잡초만 어지럽게 자라고 있다. 둘레를 철제 칸막이로 막았으나 주위에 널린 쓰레기와 낙서 등으로 지저분해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공사장과 이웃하고 있는 방배동 우성아파트와 도로 건너편 건물에서는 60여개의 녹슨 철재 말뚝 등 흉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공사 중단〓이 환승주차장이 지역의 흉물로 변한 것은 3년 전.

서울시는 과천지역 통근 승용차들의 시내 진입 감소와 지하철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이곳에 9백65대(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주차장을 1999년 9월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시공사인 삼지종합건설이 98년 2월 착공했으나 곧바로 부도를 내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서울시와 시공사간에 공사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계속돼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때 삼지종합건설은 공사권을 한국까르푸에 넘기려고 했으나 "부도업체의 설계대로 공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는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 주민 반발=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공사 중단이 계속되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공사장 뒤편 아파트에 거주하는 金모(45.주부.서초구 방배2동)씨는 "공사장 주변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며 "불편도 하루 이틀이지 도대체 몇년 동안 이럴 수 있느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인 황태균(42)씨는 "다른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여기는 제자리" 라며 "상가와 아파트 주민들이 재산피해까지 보고 있다" 고 말했다.

매년 여름이면 모기도 극성이었다. 파놓은 공사장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고 잡초가 무성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주차장 이용을 기대했던 직장인들은 통근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조속한 공사 마무리를 요구하고 있다.

◇ 서울시 입장〓환승주차장만 지으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주차장과 상가가 함께 들어서는 복합빌딩을 건축하겠다는 입장만 정했을 뿐 정확한 공사시기 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심에서 패소한 삼지종합건설이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 이라며 "재판이 끝나는 대로 공사를 재개하겠다" 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이 끝나고 설계를 새로 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걸려 주민 불편이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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