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수학여행 인솔 교사라고 새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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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그곳은 수학여행 중인 초등학교 학생들로 만원이었다. 계산대 앞에 학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물건을 고른 뒤 학생들 뒤쪽으로 가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돼가고 있을 때 세 명의 여성이 "몇반이지□ 미안하다" 라고 하면서 학생들 앞쪽으로 가더니 먼저 계산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선생님이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 중 한 명이 "급히 전달할 것이 있어서요" 라고 대답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봐서 평소 학교 매점에서 그런 일이 많았던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을 향해 일부러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는 아닌 것 같군요"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조금 창피했는지 우물쭈물하면서 계산을 끝내고 황급히 사라졌다. 미래의 주역인 초등학생들에게 올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일선교사들이 새치기를 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교사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는가.

강은주.서울 강동구 상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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