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강 7개 내려받을 때 EBS 강의는 1개도 안 끝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서울 원묵고 3학년 안유나(18)양은 요즘 거의 매일 ‘느림보’ EBS와 씨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도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후 10시쯤 무료인 EBS 수능 인터넷 강의(인강)를 내려받기(다운로드) 위해 EBS에 접속했다. 하지만 외국어영역 A강사의 50분짜리 강의를 휴대용 멀티플레이어(PMP)에 내려받는 데 10분 이상씩 걸렸다. 2월까지 이용하던 사설 인강업체보다 열 배 이상 속도가 느렸다. 강의 대여섯 개를 내려받으니 오후 11시가 지났다. 안양은 “파일을 내려받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 짜증난다”며 “친구들도 EBS 강의를 내려받느라 밤마다 피곤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10일 수능시험과 EBS 강의의 연계율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EBS 홈페이지 접속자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28일에는 하루에 내려받은 강좌 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불만은 더 많아지고 있다. 수능 강의 파일을 PMP나 PC, 전자사전 등에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사설 인강업체보다 최대 수십 배 느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BS 홈페이지와 수험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EBS 강의 받기가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 “스타강사 스카우트에만 신경 쓰지 말고 서버부터 확보하라”는 수험생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ID ‘유경’인 수험생은 수험생 커뮤니티 카페에 “EBS 강좌 1개를 70% 정도 다운받는 사이 사설 인강업체 강의는 7개나 받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EBS는 지난달 18일부터 서버를 25대 더 확보해 모두 55대로 늘렸지만 수험생이 몰리는 시간대의 불편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EBS 관계자는 “사설 인강업체는 강의 파일을 불법 유통시킬 수 없게 다운로드 방법을 제한하지만 EBS는 그런 제한이 없어 접속자가 폭주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