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의원 평가 이상한 잣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 김영훈 경제부 기자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

남경필(한나라당)의원은 "공정위가 금융.보험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면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처한다"며 "삼성은 경영권 방어를 하느라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M&A 위험은 거의 없고 고객 돈인 보험사 자산을 지배구조 유지에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맞받았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비롯한 '참여연대'의 모니터단도 이를 지켜봤다. 참여연대는 이날 질의를 토대로 정무위 의원 21명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2일 내놓았다. 남 의원 등을 '한심한 의원'으로, 김영춘(열린우리당).고진화(한나라당)의원 등을 '주목할 만한 의원'으로 꼽았다. 공정위 규제로 대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지적한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나쁜 반면 재벌 개혁을 주장한 의원들에겐 평가가 후했다.

참여연대는 남 의원에 대해 "국민 경제와 시장 질서 차원에서 보지 않고 노골적으로 재벌을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수출의 17%를 담당하는 기업의 경영권 문제가 국민 경제와 동떨어진 것인지 묻고 싶다.

출자총액제한을 없애고 순환출자를 금지하자는 채수찬(열린우리당)의원의 대안은 "재계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며 평가절하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재벌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기준으로 의원들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바람직한 (공정위) 국감은 한목소리로 재벌 개혁을 촉구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국감은 정부 정책과 예산운영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간추려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장이라는 얘기다.

참여연대는 불공정 하도급 실태를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한 김영춘 의원에 대해 '충실한 준비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만약 김 의원이 이런 노력으로 재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어떤 평가를 했을까.

김영훈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