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전통일 6·15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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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박재규(朴在圭)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남북 양측이 당국회담 재개와 관련한 교감(交感)이 있는 것으로 안다" 면서 "머지않아 대화가 재개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朴전장관은 6.15 공동성명 1주년을 맞아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서울 평창동 한 음식점에서 평양냉면으로 점심을 함께 하며 "경로를 밝힐 수 없지만 장관급회담 북측 상대였던 전금진(全今振) 내각 책임참사가 요즘도 안부를 전해온다" 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6월 15일 새벽 공동선언문 서명식 때 가장 감격했다는 그는 "북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서명을 않겠다고 해 북한과 3시간 씨름했고, 金위원장이 내일 하자고 미룰까봐 조마조마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고 회고했다. 그는 "북한에서 신(神)처럼 여겨지는 金위원장이 서명했기 때문에 6.15선언은 반드시 이행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朴전장관은 정상회담 만찬 때의 일화도 공개했다. 17년 전 술을 끊은 그가 문배주를 사양하자 金위원장이 '나도 5년 전 코냑을 끊었지만 오늘 같은 날 안마실 수 있습니까' 라고 해 함께 들이켰다는 것. 하지만 그는 2차 장관급 회담 때인 지난해 9월 1일 함경북도 한 초대소에서 있은 金위원장과의 독대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좀더 시간이 흘러야 얘기할 수 있겠죠. 당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는 안만나겠다고 버텨 金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金위원장이 나를 보고 '고집쟁이' 라고 하더군요. "

금강산 관광에 대해 그는 "이번 기회에 현대측의 미납금 잔액을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 등을 꼼꼼히 북측과 재합의했으면 한다" 고 조언했다. 그래야 뒤탈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주 북한 상선(商船)의 영해침범에 대해서는 "한국과 충돌하거나 긴장을 조성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름이라도 좀 아껴보려고 한 데다 화해협력 분위기에서 우리 정부가 이해해줄 것 같다고 본 듯하다" 고 진단했다.

그는 조만간 북한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꼬여 있어 자칫 밀사로 오해받을까봐 당국회담 재개 때까지는 기다리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4월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의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는 "대만과 중국이 올 가을께 양안(兩岸) 사상 첫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대만 관리들에게서 전해 들었다" 고 전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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