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리포트] 북한 재래식 무기는 미국 눈엣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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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은 감소돼야 한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

지난달 말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대학원에서 만난 제임스 프리스텁 교수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감축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부시 행정부가 북.미협상의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있는 이 문제는 미 국방부가 검토 중인 신(新)국방정책과 맞물려 주한미군 감축 등 한반도 안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북한 위협 자체는 변함없어"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부시 정부는 북한 재래식 군사력이 매년 조금씩 증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태도가 6.15 이후 일시적으로 약간 완화됐다고 평가하지만 위협 그 자체는 변함이 없다" 고 지적했다.

프리스텁 교수도 "부시 행정부는 남북한의 일시적인 긴장완화보다는 북한의 절대적인 위협이 감소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북한이 절대적으로 위협적인 재래식 군사력을 유지하는 한 상황에 따라 위협요소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측 시각이다.

특히 파월 장관은 최근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북한 군사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상황관리가 안될 경우 우발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면서 DMZ 일대 군사력 감축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감축문제에 무게를 두는 것은 '핵.미사일보다 재래식 무기가 북한의 1차적인 위협' 이라는 미국 조야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특히 휴전선에 가까운 개성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2백40㎜ 방사포와 1백70㎜ 자주포 등 장사거리 포가 핵심사안" 이라고 말했다.

그는 DMZ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배치돼 기습적인 공격이 가능한 전투기와 대규모의 전차부대도 부시 행정부의 감축 협상대상이라고 덧붙였다.

◇ 미 신국방정책에 영향〓북한 재래식 군사력 위협은 미국의 신국방정책 추진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신국방정책은 주한미군 등 해외배치 군사력 및 병력 감축과 신무기 배치 등을 통해 국방비를 절약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재래식 군사력 위협이 존재하는 한 주한미군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이 결정적으로 바뀌어야 주한미군에도 변화가 올 것" 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문제는 미 군부를 자극해 가뜩이나 어려운 신국방정책 수립과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는 게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는 이번 주 중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방부.국무부.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육.해.공군 장관이 모여 신국방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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