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쿠에르텐, 호나우도 못잖은 '브라질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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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축구 선수 호나우두 · 히바우두만이 스타가 아니다. 브라질에서는 테니스 남자 세계랭킹 1위 구스타보 쿠에르텐(25)도 이들 못지 않은 영웅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에서 프랑스에 패한 뒤 지난 9일 3, 4위전에서도 호주에 져 코가 석자나 빠졌던 브라질 국민의 자존심을 쿠에르텐이 세웠다.

브라질 관중 수백명은 11일 새벽(한국시간)에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총상금 1천만달러) 단식 결승에서 쿠에르텐이 세계랭킹 13위 알렉스 코레차(27.스페인)에게 3 - 1(6 - 7, 7 - 5, 6 - 2, 6 - 0)로 역전승을 거두고 대회를 2연패하자 삼바 축제를 벌였다.

이들은 대회 장소인 파리 롤랑가로스 주변을 돌며 라틴 음악에 맞춰 밤늦도록 춤을 췄다.

쿠에르텐은 프랑스오픈을 포함해 올시즌 클레이코트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네차례 우승하며 '클레이코트 황제' 로 우뚝 섰다.

우승상금 4백53만8천프랑(약 7억5천7백만원)을 챙긴 쿠에르텐은 코트 바닥에 하트 모양을 그리며 "롤랑가로스를 사랑합니다" 고 외쳤다.

프로 데뷔 2년째인 1997년 세계랭킹 66위에 불과하던 쿠에르텐은 프랑스오픈에 출전해 당시 최고의 클레이코트 선수로 꼽히던 토마스 무스터(오스트리아) · 세르게이 부루게라(스페인)을 잇따라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쿠에르텐은 입이 험하기로 유명한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로부터 '백핸드의 피카소' 라는 찬사를 받는 백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지난 연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메이저 대회에서는 4강에도 오르지 못했던 쿠에르텐은 지난해 윔블던 대회에서 제대로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으며 결국 올해 윔블던에도 부상을 이유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1m91㎝ · 81㎏의 쿠에르텐은 경기 중 항상 미소를 띠면서 뇌성마비를 앓는 동생을 위해 자선단체를 설립하는 등 각종 선행으로 '착한 남자' 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쿠에르텐 홈페이지(http://www.guga.com.br).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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