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 개입 땐 단호 대응 … 대통령 생각 확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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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가 장기화하며 이 대통령의 말처럼 청와대 관계자들의 심기는 날카롭게 곤두서 있다. 특히 “청와대가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보수층의 비판까지 쏟아져 청와대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이례적 오전 브리핑=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오전 9시30분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을 찾았다. 통상 오후에 브리핑을 해왔던 관례를 깬 것이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의 발표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비공식 의견을 보도하면 자칫 국민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신신당부했다.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때문에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보고 있다”고 비판하자 적극 해명을 한 셈이다. 이런 보도가 청와대 내부의 ‘비공식 의견’들에서 나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직후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한 북한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공격했을 리가 없다” 등의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표출했다. “관련성이 확인되기도 전에 정부가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부각하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하면서 청와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마치 국방부는 북한 변수를 염두에 두는데 청와대가 무시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이 개입했다는 근거가 없다”며 “하지만 북한이 개입했다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고 전했다.

◆“군의 기밀 문화 답답”=청와대를 괴롭히는 다른 한 가지는 ‘기밀 문화’에 익숙해 정보 공개를 꺼리는 군의 태도다. “내용이 나오는 대로 모두 공개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도 군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청와대 홍보라인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추측성 기사를 막기 위해 국방부 정례브리핑이 하루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31일 국방부의 브리핑은 여전히 한 차례였다. TOD(열상감시장비) 영상도 청와대의 지시 때문에 마지못해 공개했지만, 전체 40분 중 80초 분량만 내놓아 의혹을 키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와 군의 경직된 태도가 루머와 음모론을 오히려 양산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못마땅해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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