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현장에서] 월드컵 개최국 체면 살린 수원 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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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는 3만4천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다.

프랑스와 브라질 응원단이라고 해봐야 2백여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한국 관중이었다.

경기장을 채운 관중은 내년 월드컵 개최국의 체면을 세웠다. 한국의 경기가 아니면 관중이 오지 않는다는 우려를 불식했다. 물론 세계 1, 2위 팀의 빅 매치라는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

5만, 3만, 1만5천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자신들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경기 내내 확인했다.

관중은 축구 전용구장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에 열광했다. 그들은 마치 한국 경기에서처럼 파도타기 응원을 펼쳤고 묘기가 터질 때마다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남의 나라 경기에 한국 축구팬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모습을 이전에 본 적이 없다.

프랑스와 브라질 선수들은 왜 자신들이 세계 최고인가를 한국 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정교한 패스, 저돌적인 돌파, 무서울 정도로 집요한 수비 등 축구의 진수를 마음껏 발휘했다.

축구가 왜 재미있는지, 왜 세계 60억 인구가 모두 월드컵에 미치는지 그 해답의 일부를 이들은 월드컵 개최국 국민에게 보여줬다.

일진일퇴를 거듭한 두 팀의 빠른 플레이는 관중이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했고 정확한 패스에 이은 날카로운 슛은 연신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과감한 태클,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몸싸움, 그리고 간간이 벌어진 신경전도 승패에 연연한 꼴불견이라기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최선을 다해 싸워준 프랑스와 브라질 선수들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내년 월드컵에는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빠짐없이 온다. 이날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보다 더 빼어난 선수들이 총집결한다.

프랑스와 브라질의 경기에 신나하는 관중을 보면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아니면 경기장이 텅텅 빌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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