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책 밖에서 키우는 수학적 사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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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교사가 유리·가영·영빈(왼쪽부터) 학생과 수학을 적용한 지리 학습을 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통섭(統攝·지식의 통합)’의 시대다. 사회는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식융합형 인재를 원한다. 많은 학생이 어려워하는 수학은 사실 음악·미술·문학·사회 등 여러 학문에 녹아 있다. IMT(국제수학대회) 출제위원인 이정(서울 대광초·서울교대 영재교육원) 교사가 대광초교 4학년 1반 학생들과 다른 과목과 연계해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황유리(이하 유리): 4학년이 되니까 수학이 어렵고 재미가 없어요. 수학을 왜 배워야 해요?

이정 교사(이하 이 교사):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생활과 가까운 학문인데. 지난주 경주 수학여행에서 봤던 석굴암에도 수학이 담겨 있어. 모든 공간의 가로·세로 비율이 1대 2인 직사각형으로 이뤄져 있거든. 수학과 음악·미술·과학·사회 등의 학문은 사실 많은 연결고리로 얽혀 있단다.

이가영(이하 가영): 수학과 음악·미술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이 교사: 그래. 수학은 이성적인 학문이고, 음악이나 미술은 감성적인 학문이라 멀어 보이지. 하지만 수학은 음악 속에서 아름다운 음률로 나타날 수 있고, 한 폭의 그림이 될 수도 있어. 피타고라스 알지?

유영빈(이하 영빈): ‘수는 만물을 지배한다’고 주장했던 철학자예요.

이 교사: 맞아. 음정이 ‘수’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음계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여러 악기를 만드는 기반을 마련했지.

유리: 역시 수학이 들어가니까 어려워요.

이 교사: 어떤 줄을 팽팽하게 연결해 튕겼을 때 나는 음이 ‘도’라면 그 줄을 반으로 줄이면 ‘높은 도’가 돼. 진동수는 현의 길이에 반비례하거든. 길이가 짧아지면 진동수가 많아지고 높은 음을 얻게 된다는 거지. 이것이 순정률(도레미처럼 수학적으로 진동수가 정수비가 되도록 만든 음계)이고, 현악기를 만드는 데 기본 원리가 됐지. 순정률을 보완한 평균율(낮은 도에서 높은 도까지 반음씩 모두 12개의 간격으로 규칙에 따라 진동수를 배열한 것)은 건반악기를 만드는 바탕이 됐어.

가영: 수학이 미술에서는 어떻게 표현돼요?

이 교사: 미술에서 원근법은 수학적 상상력이 없었다면 시작도 못했을 거야. 멀리 보이는 것을 일정한 비율로 감소시킴으로써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한 것은 수학의 비례와 닮음을 이용한 거라고 할 수 있지.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은 비례와 닮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영빈: 수학을 이용한 미술품이 많은가요?

이 교사: 고대 그리스에선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비율이라는 황금비(1:1.1618)를 발견했어. 당시 조각상이나 건축물, 그림은 대부분 이 비례에 따라 만들어졌지. 수학의 규칙성이나 도형적 요소가 결합된 미술 작품은 아주 많단다.

유리: 얼마 전에 『걸리버 여행기』를 봤는데 걸리버가 1728인분을 먹는다고 하던데요.

이 교사: 걸리버 키가 소인국 평균 키의 12배고, 몸집은 3차원인 부피니까 1:12X12X12 =1:1728. 수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품의 개연성을 높여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지.

이 교사: ‘수학의 눈’으로 보니 어때? 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수와 도형의 감각’이야. 엄마에게 1000원을 용돈으로 받았다면 어떻게 쓸 것인지, 쓰고 남은 돈은 얼마인지 등을 대화로 푸는 연습이 필요해. 아빠가 주차를 할 때도 옆 차와 닿지 않으려면 얼마나 문을 열 것(각도)인지를 생각해 보는 거야. 이렇게 하다 보면 ‘수학의 눈’이 커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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