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20년만에 최저… 밭작물까지 타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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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역에 따라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전국 대부분 지방에 비상이 걸렸다. 모내기는 고사하고 밭 작물마저 타 들어가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댐 저수율이 곤두박질해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고 수돗물이 끊겨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전국 1만7천9백여 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 20년(평균 73%)이래 최저치인 66%를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은 1일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달 중순까지 큰 비는 오지 않을 전망" 이라며 "하순께 장마철에 접어들겠다" 고 예보했다.

1일 오후 2시 한탄강 지류인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늘목리 간파천. 하천 바닥은 말라붙었고 인근 20여곳의 섬유.염색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민들은 이곳에 양수기를 설치해 놓고 인근 논으로 시커먼 물을 퍼올리고 있었다. "이런 물로 농사를 지으면 벼가 오염되지 않겠느냐" 는 질문에 농민들은 "오죽하면 이러겠느냐" 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는 모내기 때를 놓쳐 모판의 모가 썩거나 말라 죽자 조생종 볍씨 모판 2만여개를 다시 설치했다. 1일 현재 전국 1백5만㏊의 논 중 모내기를 끝낸 곳은 79%로 예년과 비슷하지만 모가 타들어 가고 있다. 또 27만4천여㏊의 천수답은 대부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배추.상추.무 등 밭작물도 말라붙어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충북 청주 지역의 경우 생산량 격감으로 배추(상품) 한 포기가 5백50원으로 지난해보다 1백20% 치솟았다.

식수난도 심각하다. 경북 영양읍 영양.중앙초등학교는 식수 공급이 끊기면서 지난달 30일부터 학생 5백95명의 점심 급식을 전면 중단했다. 인근 영양중.고와 영양여중.고도 1일부터 기숙사 학생과 점심 지원 학생들에게만 급식을 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지역 24개 마을은 상수도 설치 32년 만에 처음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갔으며, 충북.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소방차가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4~5월의 강수량은 인천이 기상 관측(1904년)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26.4㎜)를 기록했으며 서울.강원.충북의 강수량은 예년의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국부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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