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기업의 다섯개 중 하나는 아직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체제 당시의 주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감자.관리종목을 제외한 4백86개 상장사 중 3백76개 종목(77.4%)이 1998년보다 주가가 높아진 데 비해 1백10개 종목(22.6%)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현재 종합지수(628.42)는 외환위기 직후 역사적 저점이던 98년 6월 16일(280.0)보다 1백24.44%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한국전기초자.삼성증권의 주가가 크게 오른 반면 하락률이 큰 종목으로는 하이닉스반도체와 부실화한 손해보험사 등이 꼽혀 실적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뚜렷했다.
◇ 뚜렷한 업종별 명암=증권업지수는 98년 최저점인 346.46에서 지난달 30일에는 1514.74로 3백37.2% 올랐다. 전기전자업종은 같은 기간 2백12.34% 올랐고, 비금속광물(1백62.28%).철강금속(1백37.93%)업종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비해 종금업 주가는 82.53% 폭락했고, 종이.목재(-24.64%)와 기계(-3.42%)업종도 주가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이밖에 건설(12.03%)과 은행(14.14%).운수창고(26.04%).섬유의복(32.87%) 등도 종합지수 상승률에 못미쳐 제자리 걸음을 했다.
◇ 실적호전 종목 훨훨〓외환위기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한국전기초자였다. 5천4백50원이던 주가가 9만6천원까지 뛰어 3년 동안 1천6백61.4% 상승했다.
대우 계열사에서 일본 업체에 인수된 뒤 세계 브라운관 유리시장에서 과점적 위치를 다지고 박막액정표시화면(TFT-LCD)기판 등 신사업분야에도 적극 진출한 것이 주가에 반영됐다.
30일 종가가 1만6천3백50원을 기록한 한국컴퓨터도 외환위기 때보다 1천27.5%나 올랐다. 구조조정과 수익성 향상으로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고 네트워킹 전문 자회사인 한네트의 코스닥 등록을 앞둔 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또 삼성증권과 대신증권.한솔CSN.신세계.하이트맥주.롯데삼강.주택은행 등 실적이 좋아진 업종 대표주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
◇ 하락 종목엔 이유가 있다=유동성 위기로 진통을 겪었던 현대그룹주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현대엘리베이터.하이닉스반도체.현대상선.인천정유 등의 주가가 줄줄이 반토막났다.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경쟁력이 곤두박질친 동양현대종금.한불종금 등 종금업종과 대양금고.진흥금고를 비롯한 금고업종도 폭락세를 보였다.
제약주에서는 과다한 차입금 부담을 안았던 종근당과 한방 제품에 주력하는 바람에 의약분업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광동제약의 주가가 떨어졌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면서 "실적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갈수록 뚜렷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나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