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천안함 침몰’ 일단 관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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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수시로 공포와 탐욕에 휘둘리는 금융시장이지만 냉정할 때는 냉정하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진 이후 처음 문을 연 29일의 움직임이 그랬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5.73포인트(0.34%) 내린 1691.99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 1680선대까지 빠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이 줄었다. 요즘 우리 증시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이날 3277억원의 순매수를 포함해 12거래일째 ‘사자’ 행진을 벌였다. 남북경협 관련주가 급락한 반면 방위산업주들이 급등세를 보인 것이 눈에 띄는 움직임이었다.

원화 값은 오히려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지난 주말보다 3.2원 오른 달러당 113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표준협회 조찬 강연에서 “사고 이후 국제시장에서 원화 환율이 소폭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는 등 일부 영향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이 줄어들었다”면서 “사고 원인에 따라 좌우될 것이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도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시장이 일단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우리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늘 존재하는 변수로 보는 데다, 여러 차례 돌발 사태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내성도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북한의 개입 징후가 나타날 경우 여파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도 이날 주식 현물은 사들이면서도 선물은 1400계약 가량을 순매도했다. 만약을 대비해 일단 한 발은 빼놓는 모양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전체적으로는 시장의 투자심리나 체력이 강하지는 못한 상태”라면서 “당분간 그날그날의 뉴스나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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